수락산 등반 : 6살아이와 함께 :)
22/6/6 오전에 비 온 후 날이 개서 수락산 무장애 길(나무데크)을 이용해 둘레길로 가벼운 산책을 하기로 나섰다가 아이의 무모한? 제안에 급 정상까지 갔던 날이다.
우리가 등반한 코스는 수락산쉼터(수락산3번출구 근처)에서 유아 숲 쪽의 데크> 당고개역 둘레길> 귀임봉> 도솔봉> 수락산 주봉 총 편도로 약 5km가 걸리는 코스였다.
수락산 쉼터로 진입하다가 바로 우측 유아 숲 체험장으로 들어서면서 데크길로 걸었다.
이정표를 보니 당고개역으로 가는길이 있어서 무난히 갈 수 있겠거니 하면서 어디까지 데크가 연결되어있는지 궁금증을 안은 채로 걷기 시작했다.
둘레길에서 걸은지 얼마 채 되지 않아 바로 일반 길이... 물론 잘 닦인 일반 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정표를 보더니 아이가 당고개역 말고 수락산 정상에 가고싶다고 했다.
진심이냐고 몇번을 물어보고서는 이정표를 따라 산행을 계속했다. 이제부턴 산책 아니고 정말 등산인 것이다.
이만큼 온 것도 숨이 차고 이미 땀도 나는데, 아이한테 지금(귀임봉 전)이라도 포기하는 건 어떻냐 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며 계속 간다 했고, 아빠도 아이의 말에 따라 선두로 길을 리드했다.
중간에 만난 아주머니께 수락산 정상에 우리가 갈 수 있겠냐, 아이가 있는데 얼마나 걸릴까요,라고 물어봤는데, 아이가 있으니 귀임봉까지만 가도 충분할 거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귀임봉 거기가 어디냐! 하며 높은 계단도 마다 안 하고 열심히 걸었다.
경사가 제법 가팔라서 뒤나 옆을 쳐다보는데 살짝 어지러웠다.
나 혼자서 이런저런 걱정을 안고 무작정 따라갔다.
열심히 올라가니 하늘이 보였다.
여기가 바로 귀임봉!
귀임봉에서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니 마음이 너무 설레고 흥분됐다.
오전에 비도 개서 마치 물로 씻긴 깨끗한 뷰가 너무나 감사했다.
여기서 만족하려 했지만 역시나 아이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고, 결국 이정표를 따라 수락산 정상을 향해 걸어갔다.
수락산은 대부분 돌산으로 화강암의 암벽이 노출되어 있는데 이렇게 돌에 박아놓은 무언가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길도 있었다.
물론 곳곳이 아름다운 뷰가 선물처럼 보였지만 수락산 정상까지는 걷고 또 걸어야 했다.
수락산이 저~~ 기(사진에서 맨 왼쪽 높은 곳)라고?!
난 자꾸 정상 위치를 물었다. 미안하지만 어릴 적 외에는 이런 산을 등반해본 적이 없다.
기껏 해봐야 봉화산만 다녀본 게 최근의 등산? 의 전부라서 수락산 산행 시에는 진짜 '끝이 없다~~'라고 생각했다.
중간 이후부터는 바위를 타야 하는 구간이 잦았던 것 같다.
평평하게 가 아닌 사선으로 걸어가야 하는 구간에선 정말 운동화도 밀리는 느낌이고 허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역시나 이때도 나만 힘들 어한 것 같다. 아이는 불평하나 가 없었다. 네가 최고다~
간간히 좋은 뷰는 여기서 멈춰도 여한이 없을 거란 맘을 갖게 했다.
날씨 좋은 날에 간 건 정말 러키.
이 큰 바위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어마어마한 바위를 지나가야 하는데 이게 만약 만의 하나 굴러가기라도 한다면이라는 생각에 잠시 아찔하기도 했다.
사람이 천명이 모여야 저 바위 사이즈가 될까 싶을 만큼 컸다.
등반 길에 뜻밖의 손님도 발견했다.
멀리 있어서 줌 해서 찍느라 화질은 별로지만 다람쥐가 무언갈 쥐고 먹는 모습이었다. 청설모가 아닌 다람쥐를 발견해서 더욱 반가웠던 것 같다.
수락산 정상 200m를 남겨놓고 식당을 발견했다.
손님도 여럿 있었고 메뉴도 제법 다양했다. 여기서 식사를 하진 않았지만 여기 식당 주인분은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물도, 재료도, 식기류도.... 다 어떻게 하시는 건지 매일 여기까지 드나드시는 것도 감탄스러웠다.
드디어 수락산 주봉에 도착!
정상에는 아이스크림도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올라오는 내내 물 한 모금 먹지 않았기에 가방에서 싸온 음료팩과 빵(원래는 둘레길 산책 후 먹으려고 준비함)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구매해 먹기부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은 1개당 3000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뷰를 구경했다.
정상은 아찔한 바위이자 안전한 가드 같은 것도 없지만 힘든 나머지, 혹은 하도 올라오는 길에 바위를 많이 바 와서 인지 별생각 없이 앉아서 구경했던 것 같다.
산,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많이 들어선 빼곡한 아파트들은 마치 도미노 세운듯한 블록 같아 보였다.
하산
하산은 장암역 코스로 했다.
수락산 정상> 학림사 쪽으로 내려왔다. 이 코스는 거의 90프로 평지가 없는 돌 돌 돌 또 돌이었다.
아무래도 왔던 코스보다는 단거리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위험도 했고 이때부턴 아이도 불평을 했으나(평지가 거의 없음) 기특하게도 안전히 돌아왔다.
아 물론 남편과 내 운동화는 일부 터졌다.
장암역으로 내려와서 약 5년 전 아이 50일 촬영으로 방문했다 들렀던 수락산 숯불닭갈비집을 발견해서 자연스레 여기서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우리는 셋이서 양념 1, 소금 2 인분에 냉면 2를 시켜먹었다.
내 예전 기억도 소금 닭갈비가 맛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한입 먹자마자 겉바속촉(굽는 스킬에 따라 다르겠지만)에 진실의 미간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인분 더 주문했다.
아이도 계속 달라고 ~ 너무나 잘 먹었다.
물냉면과 함께하니 환상의 조합인 것 같았다.
둘이 같이 먹으니 시원하고도 담백했다.
강추하는 식당으로, 다음에는 또 누구와 오게 될지 기대된다.
지하철을 타러 장암역을 향하는 길에 뒤로 돌아봤다.
우리가 다녀왔던 수락산을 다시 한번 바라본 뒤 뿌듯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귀가하였다!
+) 신기한 건 다음날 우린 아무도 근육통은 없었다. 피곤한 건 있었지만 다리가 덜덜 떨리고나 어딘가 아프거나 하는 게 아이까지 아무도 그런 부분이 없어서 감사했다.
+) 램블러를 처음 써봤는데 GPS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배지도 얻고 마치 게임해가며 하나씩 정복하는 게 재밌었다. 다음엔 어느 산으로 배지를 따러 가볼까~
이번 등산은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었다.
정상까지 그리고 다시 하산 완료할 때까지 격려와 협력이 끊이질 않았고 그것으로 좋은 결과를 가진 것 같다.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것을 배우게 된 것 같아 뿌듯하고 우리 가족이 등산을 즐겨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