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지낸 식물/동물친구들 기록
나는 어릴 적 벌레와 곤충, 동물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이게 아무래도 내가 육아를 하다 보니 내 아이에게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는 건 바로 부모인데, 어릴 적 우리 엄마는 집에 무얼 키우는 것을 절대 반대하셨다. 어릴 적 엄마께선 친구들과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이겨 펄쩍펄쩍 뛸 때 어느 강아지에게 종아리를 물렸다고 했다. 실제로 그 흔적이 아직도 있다. 그리고 육아에 다른 생물까지 키우긴 버거우셨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생물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아이를 키우고 남편의 영향을 받고보니 살아있는 것들을 관찰하고 키워보고 싶은? 마음들이 자연스레 생겼다.
그래서 결혼 후 지금껏 우리집에서 나고 컸던 식물, 동물들이 무엇이 있었나 적어보려 한다. 생각보다 2-3년 새 많은 아이들이 있었고, 또 거쳐가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 집을 거쳐간 생물들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키우면서 느꼈던 지식 혹은 감정, 여유나 즐거움도 같이 기록한다.
[식물]
(일단 남편은 화분가꾸기를 좋아 여럿 화분이 있으나 이름을 다 알지 못하여 다음번에 기록하기로 하고, 우리가 실제로 씨앗, 혹은 모종으로 심은 것들을 소개한다.)
1. 오이
씨앗을 심어 오이를 키워냈다. 아파트라 잘 자랄 환경은 못되지만 정성껏 키웠더니 꽃도 내고 열매도 맺었다. 오이를 사다만 먹어봤지 오이줄기가 넝쿨형태로 성장하는지 처음 알았다. 오이꽃이 노란색인지도, 이렇게 이쁜지도 처음 알았고, 열매가 정상크기만큼 못자랐지만 쁘띠 오이?를 아이랑 같이 먹으며 "당연한" 오이맛을 경험했다. (작지만 맛은 같다~)
2. 토마토
이것도 씨앗을 심어 열매를 맺었다. 토마토가 허브과인가 착각할 정도로 가지들을 손으로 흔들흔들하고 손 냄새를 맡아보면 향이 무척 좋다. 마치 허브처럼. 열매를 따서 먹을 땐 시었지만 보람은 넘쳤다.
3. 애플민트/레몬밤/딸기/바질
이번에 시장에서 모종사서 심은 것. 아무래도 씨앗으로 키워낸 것보다는 보람은 덜하지만 잘 자라줘서 고맙다. 그런데 생각보다 애플민트와 레몬밤은 향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향이 있을거같이 생겼는데..)
어머니가 선사하신 바질과 딸기다. 바질은 어머니가 시장에서 모종으로 사오신것이고, 딸기는 밭에 심겨져있는 것 캐오셨다고 했다. 딸기는 꽃이 있었을때 받았는데 떨어진것같다. 올해는 딸기도 수확해볼수 있는걸까? 기대해본다.
[곤충/동물]
1. 소라게
소라게는 전 회사 동료의 추천을 통해 코로나 시절 키웠다. 일단 호기롭게 3마리를 키웠지만 아무래도 초보에게 키우기는 쉽지않았던 것 같다. 초보이고 관심도 적극적으로 주지 못한 탓이었을까, 한 달 만에 마지막 친구까지 천국으로 보냈다. 이뻤던 딸기 소라게에게 주인 잘못 만남을 미안해했다.
2. 장수풍뎅이
동생네로부터 장수풍뎅이 애벌레 4마리정도를 분양받아 성충까지 키우고 다시 자식을 낳는 경험을 했었다. 1년여간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도록 기다리고, 짝짓기하고 어미는 금방 죽고 아빠 장수풍뎅이도 제일 나중까지 남다가 죽었다. 자식들만 남겨놓고 말이다. 생각보다 1년 기다려 성충되고 또 얼마 못사는 모습을 보며 장수풍뎅이의 인생주기가 꽤 짧음을 알게 되었다.
3. 모란앵무
남편이 미리 찜해뒀던 모란앵무를 키우게되었다. 아이를 위한 것이긴 했지만 내심 남편도 좋아했던 것 같다.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난 상태로 우리 집에 오게 되었고 우리 집에서 지낸 지 9개월 동안 잘 자라주고 있다. 또한 신기하고 감사하게도 분양받은 두 아이가 남녀 한쌍으로 자식도 여럿 낳아 풍성히 잘 지내고 있다. 알부터 시작해서 털옷을 모두 입기까지의 모습을 지켜보며 탄생의 신비를 경험했고, 부모의 모성애/부성애를 모란앵무 쌍을 통하여 많이 느꼈다. 추후에 별도로 모란 앵무의 이모저모를 포스팅을 해야겠다.
4. 달팽이
이번에 어머니께서 식용달팽이라고 약 백여 마리?를 분양받으셨고, 또 호기심으로 아이 하나 나 하나 이렇게 각 하나씩 데려왔는데 몸집이 점점 커지더니 먹는 입도 발견하고, 껍질 무늬도 제법 고급스러워졌다. 회사에 데려갈까 말까 고민이 다가 아침에 일어나서/퇴근 후에 지켜보는 것도 제법 즐거움이 있어서 일단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내 키우는 방식이 좀 간소하지만 내 스타일상 롱런하기 위해서 상추, 애호박, 그리고 내 스타일 영양제?로 간 계란 껍데기를 흩뿌려주면!!! 이 방식으로 잘 커와서 고맙고 귀여운 친구다. 얼마만큼 더 크고 건강히 자라 줄지 기대된다.
5. 올챙이
아버님 밭에갔다가 논에 올챙이들을 발견했다. 아이는 잡아달라고 했고, 씩씩한? 내가 채집 통째로 논을 스윽 긁듯이 올챙이와 물을 같이 퍼올렸다. 잡아서 자연 공부하고 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아빠는 채집통에 부레옥잠과 개구리밥을 구해다 넣어 키우는 중이다. 집에 온 지 4일째. 앞다리가 먼저 나올지 뒷다리가 먼저 나올지 잘 지켜봐야겠다.
이렇게 먼가 관찰할 대상이 생긴다는건, 일상 속에서도 새로움을 주는 것 같다. 자연이 자라면서 나도 자란다. 덕분에 느끼지 못한 신기함, 새로움, 호기심들이 일깨워지는 것 같다. 더불어 어떻게 자라는지 어떤 열매가 맺어지는지 각 성장과정들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와 보람이 쏠쏠하다. 자연이 주는 즐거움으로 나의 삶이 조금 더 재밌어진다.